원작 오만과 편견을 읽지 않고 연극부터 보러 갔다. (너무 당당) 소설도 읽지 않고, 영화도 보지 않고, 심지어 내용에 대해서 전혀 아는 바가 없고 (콜린 퍼스의 다아시가 유명하다는 것은 안다), 망한 티켓팅으로 무대에서 꽤 멀리 떨어진 자리에서 무사히 연극을 잘 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마저 더해져 억지로 발걸음을 이끌고 대학로로 향했다. 아는 정보라고는 두 배우가 열연한다는 것. 그 한 가지뿐.
우려와는 다르게 정말 재밌게 관극하고 왔다. 코로나 19로 필수로 써야 하는 마스크가 있어 다행이라며 함박웃음을 지으며 봤다. 두 배우가 각 일인 다역을 해서 초반에는 대사와 캐릭터에 대한 매치가 되지 않아서 걱정이 점점 늘어났는데 나중에는 배우의 목소리와 말투로 캐릭터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내용을 전혀 모른채로 보니 두 배우가 마주치기만 하면 김종국이 했던 '저러다 키스했음 좋겠다' 만 외우고 있었다.
각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특징에 맞는 소품과 동작을 활용하는데 소품 꺼냈다 숨기기에 모자라 대사량도 많고 자리 이동도 많아 배우들의 대사 실수가 당연(?)하게 느껴지고 각 캐릭터를 능숙하게 소화하는 배우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이날의 캐스팅은 이쇼에서 처음 알게 된 김지현 배우와 잘생김으로 유명하다는 신성민 배우. 김지현 배우는 예상대로 매우 멋있었고 신성민 배우는 정말 잘생겨서 콜린스 연기가 더 웃겼다. 입 밖으로 터지는 웃음은 참으려 하는 편인데 몇몇 순간에는 웃음이 튀어나오고 말았다.
코로나로 잡혀있던 극들이 많이 취소되어 한동안 극을 잡지 않았는데 보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 관극이었다! 극이 끝나고 나오는 발걸음이 가벼우면 늦은 시간의 귀가도 전혀 피곤하지가 않다. 연극 오만과 편견은 행복한 극이었다. 다만 확실히 연극은 무대와 멀어질수록 배우들의 대사가 작게 들리곤 하는데, 특히 다아시를 연기할 때면 감정 기복이 없고 차분한 톤으로 대사를 뱉어 알아듣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다아시의 성격을 드러내는 곧은 자세로 인해 두 배우가 마주 보고 서 있을 때 심장이 저릿해져 와 얼른 둘의 행복한 모습이 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바로 넷플릭스에서 오만과 편견을 봤다. 이야기의 힘이 느껴진다. 어떤 형태로 바꾸어도 이야기가 재밌다는 게 가장 중요한 핵심인 것 같다. 연극은 책처럼 리지의 나레이션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어 상황설명이 문장으로 이뤄진다면 영화는 공간과 배경, 음악 소리, 배우들의 표정 등으로 표현된다. 작가가 보고 상상하며 쓴 공간들이 영화감독에 의해 묘사되어 나의 눈앞에 그려지는 것이다.
친구들에게 오만과 편견을 드.디.어 본다고 얘기하니 다들 영화에 대한 감상(스포)을 일부 들려주었다. 하지만 넷플릭스에서 본 오만과 편견 영화에는 친구들이 말한 <제일 중요한 부분>은 담겨있지 않았다. 분노로 가득찬 나는 그 부분(스포)에 대해서 검색을 했다. 원작에는 없는 장면이기에 극장에서 상영할 때만 넣었고 스트리밍 부분에는 뺐다고 한다. 원작의 존중은 이해하지만 글에서 화면으로 표현방식이 달라졌는데 내용의 일부 각색은 생길 수 있는게 아닌가? 하는게 나의 솔직한 심정... 처음 보는 사람들을 위해 극장판으로 스트리밍 해주셨으면 하는 마음...
다들 연극 오만과 편견도 많이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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