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워지는색연필1 새 연필을 깎을 때 지우개로 지울 수 있는 색연필을 구입했다. 일반 연필보다 가벼운 이 색연필은 떨어뜨리기도 무섭고 칼로 깎을 때도 조심스럽다. 연필깎이에 넣고 몇 번만 손잡이를 돌돌 돌리면 쉽고 빠르게 뾰족한 연필 끝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이 가벼운 색연필을 조심스럽게 들고 조금씩 칼로 깎기 시작한다. 칼로 깎다 보면 내 힘으로 색연필이 반 토막이 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함이 머릿속, 손끝을 휘감는다. 그 불안감을 꼭 쥐고서도 손으로 연필을 깎는 이유는 뾰족하게 깎여나가는 심이 너무 아깝게 느껴져서이다. 결국 쓰다 보면 뭉툭한 연필 끝은 내 의도와는 다른 선을 만들고 또렷함보단 흐릿함만을 준다. 필요에 따라 연필 끝을 뾰족하게 깎아야 하지만 그 조그마한 가루조차 아까워 끝내는 불편함을 감수하려고 한다. 조금씩 쓰다.. 2020. 4. 11. 이전 1 다음